지난 2013년 물리치료와 습식부항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위료법 위반’ 판결을 받은 간호조무사에 대한 한의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간호조무사’를 둘러싼 논란이 몇 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 성형외과의 간호조무사가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 큰 파장을 일으킨바 있으며 최근에는 한 간호조무사가 사용했던 주사기로 주사를 놔 환자들이 박테리아균 등에 감염되는 사건도 있었다.

환자들은 해당 병원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김종원)는 “이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조 모 씨에게 통증 치료 주사를 맞고 박테리아균 등에 집단 감염된 환자들에게 각각 1000~3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간호조무사들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로 정의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복지부 장관이 아닌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는 직업으로, 엄밀히 따지면 의료인은 아니지만 의료 기관에서 ‘간호보조업무’에 종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문제는 ‘간호보조업무’의 범위가 간호사에 관한 규정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구분 또한 쉽지 않다.

의료법은 간호조무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복지부의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은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간호보조업무 ▲진료보조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보조업무’의 범위가 매우 모호하다.

이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의사의 구체적 지시나 지도를 받아 행하는 주사행위, 드레싱, 수술준비 및 투약행위 등이 진료보조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간호사 역할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심지어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오히려 간호사에 비해 인건비가 낮은 간호조무사를 선호한기도 한다.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양방’과 ‘한의학’에서 각각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법원은 지난 2013년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 습식부항(사혈)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무자격으로 물리치료와 습식부항(사혈) 등을 시술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공익침해행위로 접수받아 이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권익위는 지난 2012년 3월경 무자격자의 한의원 진료행위와 관련하여 총 17건의 공익신고를 접수한바 있으며 이중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 시술관련 6건은 벌금형, 부항·쑥뜸 등 시술관련 2건은 기소유예 처분, 나머지 8건은 무혐의, 1건은 재판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말 신경림·김성주·양승조·안홍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2015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됐다.

이 법에는 간호조무사 탄생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간호조무사를 위한 간호조무사 교육평가 및 자격재신고 등 질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급한 불만 꺼둔 격이다. 당장 논란이 된 부분들에 대한 해결책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발생한 논란을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업무 범위 등 향후 해결해 나가야 할 세부 사항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