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원(한의사)    http://zamione.com

새내기 직장인 손모 씨(24)는 요즘 얼마 전 구입한 스마트폰에 유행하는 어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는 데 정신이 없다.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도 둘 이상만 모이면 서로 스마트폰 이야기뿐인데 그런 와중에 수면주기 알림 앱을 추천받았다.

중력 센서로 나의 수면 중 뒤척임을 감지하여 수면그래프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기를 파악해 기상하기 적절한 때에 알람이 울리는 앱이라고 한다.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근무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잠 때문에 힘들어하던 손씨는 그 앱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수면에는 어떤 단계가 있을까

수면은 크게 꿈을 꾸는 렘(REM)수면과 그렇지 않은 Non-렘수면 단계로 나뉜다. 그 중 꿈을 꾸지 않는 수면 단계인 Non-렘수면은 다시 '얕은 수면' 단계와 '깊은 수면' 단계로 구분된다. 얕은 수면 단계는 살짝 잠이 든 것 같은 수면 단계로 각성과 수면의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수면에서는 소리나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눈이 떠지고 '깜빡 잠들었었네' 하는 정도의 수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고 뇌파도 깨어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그야말로 깊은 잠에 들어간 상태의 수면단계이다. 수면은 1시간 30분 정도 '얕은 수면→깊은 수면→꿈수면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한 주기로 해서, 하룻밤에 4~5번의 주기를 반복한다. 이렇듯 수면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잠들었다가 기상하는 식의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몇 단계의 수면을 반복하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어떤 단계에서 깨는 게 가장 좋을까

이런 수면주기를 이해했을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궁금증은 ‘이런 주기 중에서 어느 단계에서 잠을 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일어났을 때 상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잠이 들 때는 어쩔 수 없다지만 잠을 깨는 것은 알람 등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기상 시에 가장 이상적인 수면 단계는 바로 ‘얕은 수면’ 단계이다. 잠이 들 것 같은 단계, 잠이 든 건지 아닌지 잘 모르는 단계, 주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누워만 있는 단계가 바로 얕은 수면 단계인데 이 때 기상하는 것이 가장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꿈을 꾸는 중에 잠에서 깨게 되면 꿈의 내용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아서 아직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꿈의 내용이 한동안 머리를 괴롭힐 것이고 깊은 단계에서 잠을 깨게 되면 그야말로 단잠을 자는 단계에서 억지로 잠이 깬 것이기 때문에 매우 짜증스럽고 피곤한 느낌이 밀려오게 된다. 수면주기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얕은 잠을 자는 수면 단계에 맞춰 알람이 울리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이 더 중요

이런 원리로 작동되는 수면 주기 알림 앱은 그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필요에 따라서 매우 유용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건강한 수면’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수면이란 적당한 수면시간과 수면의 지속성과 같은 수면의 양적인 면과 기상 시의 상쾌한 느낌, 충분히 잔 것 같은 만족감, 낮 시간의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질적인 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수면주기 알림 앱은 자칫 기상 시의 상쾌한 느낌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건강한 수면을 찾는 ‘편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앱 보다는 건강한 수면을 위해 지나친 피로를 삼가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등으로 수시로 심신의 휴식을 취하며, 쏟아지는 졸음을 커피나 카페인 음료 등으로 버티기 보다 짧은 토막잠으로 10~20분 쉬는 것이 더 중요한 생활의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수면 중에는 신체와 정신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수면 주기가 중요하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피곤하다면 수면주기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은지, 얕은 수면만 계속되어 몸의 피로가 덜 풀린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수면주기 알림 앱이 유용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마다 식습관이 다르듯이 수면주기와 수면습관도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면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시간이므로 자기에게 맞는 바람직한 수면습관과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지는 것이 가장 건강한 수면이라고 할 수 있다.

* 필자소개 : 자미원 한의원 원장, 경희대 한의대 한의학박사,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정회원,  대한동의병리학회 정회원,  대한수면연구학회 정회원,  약산 한의학연구회 이사, 약산 약초연구원 학술위원.